예린이의 하루 일기 같은 동화
피부과 의사가 되기까지의 첫 장면
오늘은 예린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봄날이다.
아직 교복보다 운동복이 더 편하고, 학교 가방보다 마음이 더 큰 날이었다.
예린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스로 이불을 개며 하루를 시작했다.
엄마가 도와주기 전에 먼저 움직였다는 사실이 예린이는 은근히 뿌듯했다.
학교에 가는 길, 벚꽃이 바람에 흩날렸다.
예린이는 그 꽃잎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 피부도 저렇게 바람과 햇빛을 맞으며 매일 변하겠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그 생각이 왠지 마음에 남았다.
오늘 학교에서는 받아쓰기 시험이 있었다.
예린이는 전날 스스로 정리한 공책을 다시 꺼내 보며 교실에 앉았다.
‘대충 하면 안 돼. 천천히, 정확하게.’
선생님이 단어를 읽어줄 때마다 예린이는 숨을 고르고 연필을 움직였다.
틀릴까 봐 무서웠지만, 멈추지 않고 끝까지 써 내려갔다.
시험이 끝난 뒤, 친구들은 서로 몇 개 틀렸는지 이야기하며 웃었다.
예린이는 괜히 말하지 않고 조용히 창밖을 보았다.
결과보다 오늘 집중했던 자신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는 작은 사건이 있었다.
친구 하나가 넘어져 무릎을 살짝 다쳤다.
다들 놀라 우왕좌왕할 때, 예린이는 제일 먼저 휴지를 가져와 눌러 주었다.
그리고 선생님을 불러왔다.
그 순간 예린이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바로 도와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보건실에서 친구의 상처를 보며 예린이는 자세히 관찰했다.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작은 상처 하나에도 아이는 울고 있었다.
보건 선생님은 부드럽게 말하며 소독을 해 주었다.
“괜찮아, 금방 나아.”
그 말에 친구의 얼굴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그 장면은 예린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아픈 곳을 치료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먼저 다독여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온 예린이는 숙제를 미루지 않고 먼저 책상에 앉았다.
오늘 배운 내용을 다시 읽고, 틀릴 수 있는 부분을 스스로 체크했다.
엄마가 옆에서 보며 말해 주었다.
“오늘 많이 컸네.”
그 말 한마디에 예린이는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예린이는 일기장을 펼쳤다.
오늘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
시험을 본 일, 친구를 도운 일, 보건실에서 느꼈던 마음까지.
글씨는 조금 삐뚤었지만, 마음은 아주 또렷했다.
‘나는 나중에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
아직 피부과 의사라는 말은 모르지만,
사람의 몸과 마음을 함께 살피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누운 예린이는 오늘 하루를 떠올렸다.
잘한 일도 있었고, 조금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자신이 대견했다.
이 하루는 아주 평범한 하루였다.
하지만 이 평범한 하루들이 쌓여
예린이는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피부과 의사가 되어
누군가의 상처를 치료하고,
누군가의 마음까지 밝게 해 줄 것이다.
오늘의 예린이는 아직 작지만,
오늘의 선택과 태도는 이미 어른의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이 동화의 교훈은 단순하다.
크게 성공하는 사람은 특별한 하루를 사는 사람이 아니라,
작은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도우려는 마음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